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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화 칼럼] 1.3점이 가른 36년의 염원…이것이 최선의 결정이었나
프레스존 에디터 / 법학박사
작성 : 2026년 08월 30일(일) 20:35 가+가-

배병화 프레스존 에디터/ 법학박사

지역 스스로 결론 못 내고 외부 평가에 운명 맡겨
…전남연구원 선정 기준도 따져봐야
결과 승복과 검증은 별개
…정부·통합특별시, 서남권 의대 가능성까지 닫아선 안 돼



[프레스존]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국립의대 신설 후보대학이 결국 순천대로 결정됐다. 목포대 의대 유치를 36년 동안 기다려 온 서남권 주민들에게는 허탈함을 넘어 뼈아픈 결과다.

더 씁쓸한 것은 이 중대한 결정을 지역 스스로 풀어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목포와 순천, 서부권과 동부권이 수년 동안 국립의대를 놓고 충돌했지만 정치권도, 지방정부도, 대학도 끝내 대승적 합의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결국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결정권을 외부 평가위원들의 점수표에 맡겼다.

과연 이것이 36년을 끌어온 전남 국립의대 문제를 마무리하는 최선의 방식이었는가.

결과에는 승복할 수 있다. 그러나 승복하라는 말이 선정 과정과 평가 기준에 대한 검증까지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 36년 염원을 가른 차이가 고작 1.3점

무엇보다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은 순천대와 목포대의 최종 평가 점수 차이가 불과 1.3점이었다는 점이다.

압도적인 격차도 아니다. 어느 한 대학의 준비 수준이 다른 대학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앞선 것도 아니다.

말 그대로 근소한 차이다.

그 1.3점이 결과적으로 서남권 주민들이 36년 동안 품어온 국립의대의 꿈을 갈랐다.

특히 의대 교수요원 확보 방안 등 일부 평가항목에서 순천대가 목포대보다 미세하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점이 최종 결과에 영향을 줬다면 더욱 묻지 않을 수 없다.

교수 확보계획의 작은 차이가 과연 수십 년간 누적된 지역 의료격차와 수많은 섬 주민들의 의료 접근성보다 결정적인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는가.

평가에는 기준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기준이 국립의대를 왜 전남에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본질보다 앞서서는 안 된다.

■ 전남연구원 평가 기준, 서남권 의료 현실 제대로 담았나

이제 전남연구원의 선정 기준 자체도 냉정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국립의대 신설은 대학 하나를 키우기 위한 사업이 아니다. 의사가 부족하고 대형병원이 부족해 국민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지역의 의료 불평등을 바로잡기 위한 국가정책이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 가운데 하나는 당연히 '어디가 가장 의료적으로 절박한가'여야 한다.

서남권은 전국에서도 대표적인 의료취약지역이다.

목포를 비롯해 신안·진도·완도 등 광범위한 섬과 해안지역 주민들은 중증·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육지로 나오고, 다시 대형병원으로 이동해야 한다. 기상 상황이 나빠지면 그 길마저 막힌다.

도시 주민에게 병원까지 30분과 1시간의 차이는 불편함일 수 있지만 섬 주민에게 그 시간은 생사를 가르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 절박함이 이번 평가표에 과연 얼마나 담겼는가.

지역 사정을 충분히 알기 어려운 외부 평가위원들이 제한된 자료와 발표, 수치화된 항목을 토대로 매긴 평점이 서남권의 수십 년 의료 현실보다 우선할 수 있는지도 질문해야 한다.

객관성을 위해 외부위원을 선정했다는 설명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객관성과 현실성은 다른 문제다.

지역의 의료 현실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객관성이라면 그것은 숫자의 공정성에 머물 뿐 정책적 정당성까지 담보하지 못한다.

■ 지역은 싸웠고 정치권은 조정하지 못했다

이번 사태에서 정치권과 지역사회 역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국립의대 문제는 애초 전남의 의료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공동의 숙원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전남에 의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표보다 '목포냐 순천이냐'는 지역 대결이 앞섰다.

정치권은 갈등을 조정하기보다 지역 여론에 올라탔고, 지방정부와 대학 역시 각자의 논리를 앞세웠다. 동부권과 서부권은 상대 지역을 설득하기보다 서로의 약점을 공격했다.

갈등을 중재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대결을 키우지는 않았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결과적으로 지역이 스스로 결정하지 못한 채 외부의 평가에 운명을 맡겼다.

수년간 갈등하고 대립하고 지역민들을 총동원하다시피 한 결과가 고작 '1.3점 차이'라면 더욱 허망하다.

그동안의 갈등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갈라진 지역 민심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 “순천대 선정됐으니 목포대 의대는 끝”이라는 논리는 안 된다

더 경계해야 할 것은 이번 결정을 근거로 목포대 의대 문제를 영구히 봉쇄하려는 주장이다.

순천대가 이번 국립의대 신설 후보대학으로 선정된 것은 하나의 정책 결정이다. 이것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서남권에는 의대가 필요 없다는 국가적 판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순천대 의대 신설과 서남권 의료대책은 별도로 접근해야 한다.

오히려 정부가 순천대 국립의대 신설을 추진한다면 이제는 서남권의 의료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 구체적인 대책을 동시에 내놓아야 한다.

목포권 대학병원급 의료기관 확충은 물론 응급·외상·심뇌혈관 등 필수의료체계를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신안·진도·완도 등 섬 지역의 응급의료 이송체계 역시 국가가 책임지는 수준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의료수요와 의사인력 정책 변화에 따라 목포대를 포함한 서남권 의대 신설 문제를 다시 논의할 수 있는 길도 열어둬야 한다.

“이미 전남에 하나를 만들었으니 추가 의대는 안 된다”는 식의 기계적 논리라면 서남권 주민들의 의료 현실은 앞으로도 달라질 것이 없다.

국민의 생명과 의료 접근성은 행정구역별 의대 숫자를 맞추는 산술 문제가 아니다.

■ 정부와 통합특별시, 이제 서남권에 답해야 한다

정부와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이제 서남권 주민들에게 분명하게 답해야 한다.

순천대에 국립의대를 만든다고 해서 목포와 신안, 진도, 완도를 비롯한 서남권 의료취약 문제가 해결되는가.

섬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해 대형병원을 찾아 몇 시간을 이동해야 하는 현실은 어떻게 바꿀 것인가.

36년 동안 의대를 기다려 온 주민들에게 이제 무엇을 제시할 것인가.

단순히 “심사 결과를 존중해 달라”는 말로 끝낼 일이 아니다.

승복은 지역민에게 요구하면서 정작 정부와 행정은 아무런 후속책도 내놓지 않는다면 그것은 책임 있는 행정이 아니다.

순천대 선정이 동부권에는 출발점이라면 서남권에는 새로운 의료대책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이번 결정으로 목포대 국립의대의 문 하나가 닫혔다고 해서 서남권 의료 문제까지 함께 닫을 수는 없다.

1.3점은 대학을 선택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1.3점이 36년의 역사와 서남권 주민들의 의료권까지 지울 수는 없다.

정부와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이번 선정 결과 뒤에 남겨진 서남권의 상실감과 의료취약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답을 내놓아야 한다.

서남권 의대 신설 가능성을 포함한 새로운 의료대책을 지금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36년의 염원을 품어온 주민들에게 국가와 지역 행정이 해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다.
배진희 기자

news@pressz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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