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선율을 고른다
동살의 튜닝
사방이 눈을 뜬다
■ 감상평- 광주디카시인협회 제공
김성용 시인의 디카시 〈첫 연주〉는 시각적 이미지와 촉각·청각적 언술이 절묘하게 결합하여 일상의 한 순간을 웅장하고 서정적인 예술적 순간으로 승화시킨 작품입니다.
1. 이미지(Photograph): 시각적 메타포와 오선지의 구성
• 구도와 조형성: 작품 속 사진은 고층 아파트 건물 사이의 좁은 여백을 프레임 삼아, 그 너머로 떠오르는(혹은 지는) 강렬한 태양과 나란히 늘어선 전선을 담고 있습니다.
• 시각적 기호화: 아파트 사이로 평행하게 지나는 전선들은 거대한 악보의 ‘오선지’를 연상시키며, 마루금 위에 걸친 태양은 마치 그 악보 위에 놓인 ‘음표’이자 악기를 켜는 ‘피크’나 ‘활’처럼 다가옵니다.
• 빛의 역동성: 실루엣으로 처리된 어두운 건물/산의 형상과 붉고 노란 일출의 광원이 강렬한 대비를 이루며, 아침을 열어젖히는 정적 속의 파동을 시각적으로 훌륭히 포착하고 있습니다.
2. 언술(Text): 공감각적 확장과 시적 변용
현을 지그시
첫 선율을 고른다
동살의 튜닝
사방이 눈을 뜬다
• 시각의 청각화 (공감각적 변용): ‘전선’이라는 도심의 미학적 결핍 요소를 악기의 ‘현(絃)’으로 재해석하고, 수평선/산자락에 걸린 해를 현을 짚거나 튕기는 행위로 연결짓습니다. “현을 지그시 / 첫 선율을 고른다”는 언술은 단순한 풍경 묘사를 넘어, 우주가 아침을 시작하는 하나의 거대한 연주 행위로 확장시킵니다.
• ‘동살의 튜닝’이 지닌 미학: '동살(새벽에 동이 트면서 비치는 햇살)'이라는 고유어와 음악 용어인 '튜닝(Tuning)'의 조화가 돋보입니다. 세상이 본격적인 조화로움을 얻기 전, 붉은 햇살이 세상을 조율하는 과정을 ‘튜닝’에 비유함으로써 시적 긴장감과 상상력을 극대화합니다.
• 생명력의 환기: 연주가 시작되고 조율이 끝나자 “사방이 눈을 뜬다”며 정지된 풍경에 생동하는 서사를 부여합니다. 빛이 번지는 자연 현상을 어둠 속 세상이 깨어나는 능동적 반응으로 화답하게 만드는 결구의 힘이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3. 이미지와 언술의 동등한 상호작용
디카시는 사진이 텍스트의 단순한 삽화가 되어서도, 텍스트가 사진의 밋밋한 설명이 되어서도 안 됩니다.
김성용의 〈첫 연주〉는 사진이 가진 조형적 형태(전선과 태양)를 시인의 날카로운 직관으로 발굴하고, 이를 4행이라는 절제된 언술로 조율해냄으로써 ‘빛이 만드는 거대한 아침의 교향곡’을 완성해냈습니다. 일상의 무심한 풍경을 예술적 찰나로 바꾼 디카시 전형이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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