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행운을 선물 받은듯
떠난줄 알았던 이웃이 되어
눈동자를 거기 두고왔다
■ 감상평- 광주디카시인협회 제공
김방순 시인의 디카시 〈소망〉은 사진(이미지)과 시적 텍스트(언술)가 결합하여 만들어내는 유기적 호응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디카시 특유의 '시적 순간의 포착'과 그것을 언어로 재해석하는 지점이 돋보입니다.
1. 이미지의 관점: 시각적 형상과 기호적 상징
• 자연의 도상성(Iconicity): 사진 속 꽃은 털이 숭숭 난 하얀 갈래 꽃잎과 노란 중심부를 지닌 어리연꽃 계열의 수생식물입니다. 꽃잎의 형태가 마치 바람에 돌아가는 '풍차'나 밤하늘을 밝히는 '별'의 모습을 연상시킵니다.
• 구도와 초점: 잔잔한 수면과 넓적한 연잎 배경 위로 선명하게 피어난 두 송이의 꽃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어두운 물빛 배경 속에서 하얗고 노랗게 빛나는 꽃의 대비는 감상자에게 뜻밖의 발견이 주는 시각적 환희를 전합니다.
• 관계성의 시각화: 혼자 피어있는 것이 아니라 두 송이가 나란히 얽혀 피어 있는 형태는 언술에서 언급되는 '이웃'이라는 관계성을 시각적으로 충실히 뒷받침합니다.
2. 언술의 관점: 정서의 은유와 시적 서사
• 풍차의 은유: "여태 풍차처럼 기다린거야"라는 첫 줄은 사진 속 꽃잎의 방사형 구조에서 '풍차'의 형상을 끌어내어, 바람을 맞으며 멈추지 않고 소망을 품어온 긴 기다림의 시간을 감각적으로 형상화합니다.
• 경이와 반가움: "커다란 행운을 선물 받은듯 / 떠난줄 알았던 이웃이 되어"라는 구절은 뜻밖에 만난 생명의 경이로움을 친근한 '이웃'의 재회로 표현합니다. 이는 피사체를 단순한 관찰 대상이 아닌, 내 삶의 지평 안으로 들어온 인격적 존재로 변주하는 언술적 도약입니다.
• 시선의 고착과 깊이: "눈동자를 거기 두고왔다"라는 마지막 문장은 작품의 시적 여운을 극대화합니다. 단순히 "바라보았다"가 아니라 자신의 '눈동자'를 그곳에 떼어놓고 왔다는 감각적 시선은, 피사체에 매료되어 마음과 시선이 영원히 머물게 된 몰입 상태를 강렬하게 전달합니다.
■ 디카시 〈소망〉에서 이미지는 언술의 일차적 묘사를 대체하고, 언술은 이미지의 잠재적 의미를 만개시키는 촉매 역할을 합니다.
사진만 보았을 때는 그저 아름다운 수생식물의 꽃으로 스쳐 지나갈 수 있지만, "풍차처럼 기다린거야", "눈동자를 거기 두고왔다"라는 언술이 더해짐으로써 자연물은 시인의 소망과 기다림, 그리고 경탄이 담긴 '마음의 풍경'으로 승화됩니다.
꽃잎의 방사형 모습에서 '풍차'와 '기다림'을 발견하고, 물 위에 핀 꽃 한 송이에서 떠났던 '이웃'의 따뜻함을 떠올리며, 끝내 자신의 '눈동자'를 남겨두고 올 만큼 강렬한 시선적 교감을 이루어낸 점에서 이미지와 텍스트가 매우 이상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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