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법에 의하면 육지로부터 거리는 1982년 유엔해양법 저위표(low water mark)에서 정의된 기준선으로부터 측정된다. 연안국의 주권영역인 영해는 기준선으로부터 12해리까지이며 통행운항권(right of transit passage)은 보장된다. 접속수역은 기준선으로부터 12해리에서 24해리까지 해양공간으로 연안국의 영토 및 영해 상의 관세·재정·출입국관리·보건·위생관계 규칙위반을 예방하거나 처벌하기 위하여 필요한 국가통제권을 행사하는 수역이다.
EEZ는 기준선에서 12해리에서 200해리까지 해양공간으로 연안국은 해양자원, 즉 살아있는 생물, 해수주(water column)와 해저에 있는 광물 등의 이용 및 관리에 대한 주권을 갖는다. EEZ 밖의 바다는 공해이고 어떤 국가의 주권도 미치지 않아 자유접근이 가능하다.
그런데 왜 국가들이 이런 배타적 성격의 해양경계선을 긋는데 합의했을까? 17세기 이전에는 국제적으로 합의된 해양경계선이 없었다. 17세기 네덜란드와 영국이 동인도회사를 설립하고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독점항로에 도전하면서 식민지와 무역항로 쟁탈전이 일어나게 되었다. 이때 각국들은 군사·안보적 차원에서 육지에서 대포를 발사할 때 닿을 수 있는 거리, 3해리를 영해라는 경계선을 설정하였다(착탄거리설). 나머지 바다는 공해로 통상적인 국제관습법이 적용되었다. 당시 유럽국가들은 군사력을 동원하여 식민지를 확보하고 그 영토에서 획득한 자원(노예 포함)을 수송하는데 중점을 두었지, 해양자원은 중요한 관심사가 아니었다. 식민지 영토에서 얻은 이익이 연안국의 해양자원에서 획득한 이익보다 훨씬 컸고 누구나 포획을 허용해도 고갈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식민지가 독립되고 해양 신기술 발전으로 해양산업화시대가 도래되었다. 한편, 세계 인구증가로 해양자원 수요가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식민지 독립으로 식민지 이익이 감소하고 해양자원의 시장 확대로 경제적 부가가치가 높아지자 해양자원은 빠른 속도로 고갈되는 이른바 ‘공유지 비극’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한편 해양경찰의 쾌속 선박과 레이다 같은 신기술 발전으로 해양단속비용이 획기적으로 감소하면서 새로운 해양관리시스템의 구축문제를 가능케 했다. 이런 배경하에 미국은 트루만 선언(1945)을 통해 대륙붕 영역의 해양자원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주장하면서 또 하나의 경계선인 EEZ가 바다에 그어지게 되었다. 이 영역은 해양공간의 3,800만 평방 해리에 해당한다. 해양 표면적의 약 36%, 상업적 어장의 90%, 해저 유전의 87%에 각각 해당할 정도로 방대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많은 학자들은 이러한 경계선이 그어진 이유를 재산권의 변화로 설명한다. 즉 새로 재산권을 정의할 때 얻는 부가가치가 비용보다 더 크면 재산권의 변화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앞에서 보듯이 해양관련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할 때 군사·안보적인 상황이나 경제적 부가가치에 영향을 미치므로 기존의 재산권을 바꾸면 더 많은 이득이 발생하여 배타적 성격의 영해나 EEZ와 같은 경계선이 그어졌다는 것이다.
반면 이 경계선은 배타적 권리의 이해상충 문제로 국제분쟁을 야기하기도 한다. 예컨대 남중국해 해양경계 분쟁은 모든 연안국인 중국,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와 브루네이 간에 일어나고 있다. 어선들은 종종 군함을 대동하기도 한다. 미국도 남중국해 전체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에 대해 통항자유권 측면에서 미국 국익과 관련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중국해의 센카쿠(디아위)열도를 둘러싼 바다를 가지고 중국과 일본 사이 분쟁도 진행 중이다.
미래에 어떤 획기적인 해양기술이 개발되어 공해지역의 해저에 있는 해양자원의 부가가치를 높인다면 우리는 또 다른 경계선을 설정하고 그에 따른 국제분쟁을 경험할지 모른다. 이것에 대비하기 위해 해양경계선 분할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고찰이 필요하다.
배진희 기자 news@presszo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