村家
촌가

시골집

- 김극기(金克己, 1379 ~ 1463)


靑山斷處兩三家
청산단처량삼가

푸른 산 끊긴 곳
집 두어 채

抱壠縈回一徑斜
포롱영회일경사

언덕 끼고 도는
한 줄기 비탈길

讖雨癈池蛙閣閣
참우폐지와각각

비 오려는지
무너진 못
개구리 개굴개굴

相風高樹鵲査査
상풍고수작사사

바람맞는 높은 나무엔
까치가 깍깍

境幽柳巷埋荒草
경유류항매황초

그윽한 버들길
풀에 덮여 있고

人寂柴門掩落花
인적시문엄락화

사람 없는 싸리문
낙화에 가리웠네

塵外勝遊聊自適
진외승유료자적

거친 세상 밖 노닐면서
애오라지 즐기노니

笑他奔走覓紛華
소타분주멱분화

바쁘게 화려함 찾는
그들이 우습구나


* 紛華(분화) : 번잡하고 화려하다.

김극기(金克己, 1379 ~ 1463)

본관은 광산(光山). 자는 예근(禮謹), 호는 지월당(池月堂).
어려서부터 총명하여 10세에 시를 지어 세인을 놀라게 하였다.
특히 이숭인(李崇仁)의 총애를 받았다.
고려가 망한 뒤로는 유세(遺世: 세상일을 잊음)의 뜻을 가져 거업(擧業)에 힘쓰지 아니하고
이름난 산수를 찾아 시작(詩作)으로 소일하였다.
문명으로 이름이 나자 태종 때 윤상(尹祥)의 천거로 남대(南臺)로 불렀으나 나아가지 않다가
그 뒤 부득이 한번 나아갔다가 바로 그만두었다.
세종 때는 그의 고명(高名)을 듣고 교리(校理)로 부르고 역마까지 보냈으나
세 번이나 거절하는 상소를 올리자 은명(恩命: 임금이 내리는 임관명령)을 끝내 거절한다 하여
북도(北道) 우후(虞侯)에 좌천시키므로 하는 수 없이 임지로 향하였다.
북변(北邊)에 있으면서 그의 시작(詩作)은 한층 더 깊이를 더하게 되었다.
곧 이어 제주 목사로 특별 승진되었으나 사직상소를 간절하게 올려 돌아가 쉬도록 특전을 받았다.
그는 평장동(平章洞)에 정자를 짓고 ‘池月(지월)’이란 편액을 달고 자연과 벗하며 시로써 일생을 보냈다.
『동국여지승람』에 실린 그의 시는 100편이 넘는다.
삼현사(三賢祠)에 봉안되었으며, 저서에는 『지월당유고(地月堂遺稿)』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