題齋壁
제재벽

벽에 쓰다

이승소(李承召, 1422 ~ 1484)

茅屋三間架采椽
모옥삼간가채연

초가 삼 간에
색칠한 서까래

題詩滿壁頗淸姸
제시만벽파청연

시 지어 벽 채우니
자못 맑고 고와라

花檻捲簾迎素月
화함권렴영소월

꽃 난간 발을 걷어
흰달 맞이하고

盆池貯水納靑天
분지저수납청천

작은 못 물 채워
푸른 하늘 들이운다

世間名利徒爲爾
세간명리도위이

세간의 이름과 이익
한갓 그러하니

醉裏情懷便率然
취리정회변솔연

술 취한 마음
돌연 허전하다

擬逐陶朱乘一舸
의축도주승일가

도주를 흉내 내어
조각배 타고 나가

五湖煙雨送殘年
오호연우송잔년

다섯 호수 안개비 속
남은 생 보내리라


* 陶朱(도주) : 춘추 시대에 월(越)나라가 거의 망하게 되었던 것을 범려(范蠡)라는 사람이 힘과 충성을 다하여 강국을 만들고, 원수인 오(吳)나라를 정복한 뒤에 자기는 조그만 배 하나를 타고 강과 호수로 떠나가서, 도주공(陶朱公)이라 이름을 고치고 목축업에 전심하여 다시 큰 부호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