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부릅뜬 눈으로
누군가는 함성으로
누군가는 침묵으로 외쳤으리

푸른 고향을 향한 하얀 그리움


■ AI 감상평 -광주디카시인협회 제공

신수경 시인의 디카시 '수구초심(首丘初心)'은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와 응축된 언술이 만나, 삶과 죽음 그리고 본향(本鄕)에 대한 시적 사유를 깊이 있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1. 이미지의 강렬함: 죽음의 형상에서 찾아낸 삶의 의지

이 시의 이미지는 줄에 엮여 말려지고 있는 굴비의 머리 부분입니다. 카메라는 이를 극단적인 클로즈업으로 포착하여 사물의 질감을 극대화했습니다.

• 부릅뜬 눈: 죽었으나 감기지 않은 눈은 단순한 생물학적 상태를 넘어, 어딘가를 갈구하는 강한 의지로 읽힙니다.
• 벌어진 입: '함성'과 '침묵'이라는 역설적인 언술을 뒷받침하는 시각적 근거가 됩니다.
• 노란 끈: 생명의 통로였을 목이 이제는 굴레가 되어 묶여 있는 모습은 비극적인 미감을 자아냅니다.

2. 언술의 층위: 사물에 부여한 서사적 생명력

시인은 이 고정된 이미지 위에 '수구초심'이라는 유교적 관념어를 얹어, 단순한 식재료의 풍경을 존재론적 성찰의 무대로 바꿉니다.

• 다양한 외침: "누군가는 부릅뜬 눈으로 / 누군가는 함성으로 / 누군가는 침묵으로"라는 구절은 이미지 속 각기 다른 물고기의 표정에 개별적인 서사를 부여합니다. 이는 집단 속에 매몰된 개별 존재들의 고통과 염원을 입체적으로 살려내는 역할을 합니다.
• 색채의 대비: '푸른 고향'과 '하얀 그리움'의 대비는 선명합니다. 생명이동의 역동성이 살아있는 '푸른 바다'와, 소금에 절여지고 말라가는 '하얀 죽음(소금기/그리움)'이 충돌하며 슬픔의 밀도를 높입니다.

3. 이미지와 언술의 결합: '회귀'라는 본능적 메시지

여우가 죽을 때 머리를 자기가 살던 굴 쪽으로 향한다는 수구초심(首丘初心)의 의미가 이 작품의 핵심 관통선입니다.

• 줄에 묶여 시장 바닥이나 처마 밑에 걸려 있는 물고기들은 물리적으로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시인은 그들의 표정(이미지)에서 고향을 향한 '마음의 방향'을 읽어냈습니다.
• 결국 이 디카시는 이미지(물리적 구속)와 언술(정신적 지향)의 긴장을 통해, "비록 몸은 이곳에 매여 있으나 끝내 잊지 못하는 근원적 그리움"이라는 보편적인 인간의 감정을 성공적으로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디카시의 전형적인 미덕인 '발견의 미학'이 돋보입니다. 흔한 식재료에서 '죽음 속에서도 잃지 않는 고향을 향한 갈망'을 포착한 시인의 시선이 날카롭습니다. 특히 이미지 속 물고기들의 각기 다른 입 모양을 '함성'과 '침묵'으로 분절해낸 표현은 시각적 이미지를 청각적 상상력으로 확장시킨 좋은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