郊居謾興
교거만흥

교외 살며 제 흥에 겨워 읊다

-권필(權鞸, 1569 ~ 1612)


幽扉寂寂面空林
유비적적면공림

그윽한 사립 쓸쓸히
빈 숲 마주하고

一室圖書了古今
일실도서료고금

방 가득 고전과
최근의 책들

日落牛羊村路細
일락우양촌로세

해 질녘 소와 양
좁은 시골길로

春來鳧鴨野塘深
춘래부압야당심

봄 맞은 오리
깊은 들 연못에

裁詩不覺燭花盡
재시불각촉화진

시 짓다 나도 모르게
등잔 심지 다하니

把酒更聽山鳥吟
파주갱청산조음

술잔 잡고 다시금
산새 소리 듣는다

爲問人間許長史
위문인간허장사

묻노라 인간 세상
벼슬아치들이여

可能知我此時心
가능지아차시심

이때의 나의 마음
짐작할 수 있겠는가

*人間許長史(인간허장사) : 인간 세상의 허장사(許長史).
관직에 있는 사람을 뜻한다. 운림(雲林) 왕부인(王夫人)이 “교리(交梨)와 화조(火棗)를 나는 산중의 허 도사(許道士)에게 줄 것이요 인간의 허 장사에게 주지 않을 것이다.” 하였다. 《海錄碎事 卷13 許玉斧》
교리와 화조는 선약(仙藥)이다. 이로 인하여 산중허도사(山中許道士), 인간허장사(人間許長史)라는 말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