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손익분기 톤당 300불의 60%로 가격 추락 위기 가중
물량도 걱정 ... 3분기 제품단가 15.6% 하락 더 심각
[프레스존=배진희 기자] 국내외 경제 부문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가가 아니라도 전혀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석유화학산업의 강국으로 발돋움했다는 것만으로도 높이 평가할 일이다.
이른바 반도체, 자동차와 더불어 우리나라 경제 발전을 견인해 오던 이 석유화학산업은 50여 년 호황의 길을 걸어왔다.
다시 기억을 환기하면 2021년엔 화학산업 출하액이 1천798억 불로 중국 미국 독일 일본에 이어 세계 5위, 석유화학 생산액이 112조 원으로 자동차 반도체 일반기계 철강 다음으로 제조업 5위라는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22년엔 에틸렌 생산능력이 연 1,280만 톤으로 미국 중국 사우디에 이어 세계 4위, 석유화학 수출액이 543억 불로 반도체 자동차 다음으로 제조업 3위를 기록했다.
이렇게 미래산업 경쟁력의 핵심이 석유화학산업임을 과시했건만, 인구의 노령화, 출산율 감소에 따라 내수가 감소세로 전환한 2018년을 변곡점으로 지난해 이후 서서히 불황으로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고 봐야겠다.
여기에 중국·중동의 과잉투자와 공급과잉, 원가경쟁력 약화, 탄소중립이나 플라스틱 사용규제 등 글로벌 환경 규제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압박을 가해 올 3분기엔 급기야 수천억 원대 적자의 수렁으로 내몰리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LG화학, 한화솔루션, 롯데케미칼 등 석유화학 4사는 여러 가지 경영의 위기 요인 중에서도 가장 핵심으로 원가경쟁력 약화를 꼽는다.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에서 원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금액)가 2022년 이후 손익분기점인 톤당 300달러를 밑도는 게 적자를 발생케 하는 주된 요인이라는 얘기다. 올해 3분기만 해도 에틸렌 스프레드는 톤당 186.47달러로 300달러의 60% 선에 그침으로써 ‘제품을 생산할수록 적자가 나는’ 국면이라는 것.
이 때문에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NCC 회사들로선 가동률을 줄일 수밖에 없게 됐는데, 그 가동률은 2011년 96%에서 2022년 79%, 2023년 74%로 갈수록 축소되기에 이르렀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수강 사단법인 넥스트 연구원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 주제 발표에서 “국내 화학제품의 3대 부문인 합성수지, 합성원료, 합성고무 부문에서 지난해 생산 3.0%, 내수 6.6% 하락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생산 2.2%, 내수 7.4%가 하락했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올 상반기 물량이 지난해 물량에 비해 0.3% 하락해 거의 변화가 없는데도 단가는 15.6%나 하락해 적자 경영의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
| 화학제품 원가 경쟁력 - 발표자 장광하 한국화학산업협회 부장(네모 안 사진) |
나프타 또는 천연가스를 원료로 합성수지(플라스틱), 합성섬유 원료, 합성고무, 기초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화학 4사의 향배는 어찌 될까?
석유화학산업의 근간이 뿌리째 흔들리는 이 불황의 터널을 어떻게 언제 탈출할 수 있을지 업계는 물론 세간에서조차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글로벌 화학사들과는 달리 여수국가산단은 특히 국내 최대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보유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여수경제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석유화학산업이 지속적으로 위기에 허덕임에 따라 지역 경기도 침체일로를 걸으며 지자체 세수 감소로 이어지며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나프타를 열분해 해서 석유화학산업 기초원료를 생산하는 NCC(Naphta Cracking Center)사업이 핵심이라 할 석유화학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처방전은 과연 무엇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몇몇 기업 내부적으로는 뼈를 깎는 몸집 줄이기, 즉 NCC 공장의 재편에서부터 매각 또는 합병까지 별의별 수단이 강구되는 모양새다.
롯데 그룹은 대내외 격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고강도 쇄신을 통해 경영체질을 본질적으로 혁신하고 구조고정을 가속화하겠다며 “CEO 21명 교체, 임원 22% 퇴임”이라는 강수를 뒀다.
28일 단행한 2025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롯데 화학군을 이끌어온 이 모 사장은 화학군 실적 부진 책임을 지고 물러났으며, 13명의 CEO 중 10명이 교체돼 경영체질개선이 본격화했다.
한 화학산업 전문가는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가 한국에 투자한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 사업 투자를 길잡이로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수직계열화가 핵심인 이 프로젝트는 울산 온산국가산단내 에쓰오일 현장에서 원유-나프타-에틸렌-폴리에틸렌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공정에서 원료를 모두 자체 조달한다는 것이다.
국내 석유화학사들은 원유 조달은커녕 나프타 역시 외부에서 조달해야 하는 형편이어서 경쟁력에서 크게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이해하면 된다.
이 수직계열화는 원유에서 곧바로 석유화학 핵심원료를 뽑아내는 설비 ‘TC2C(Thermal Crude to Chemical)에서 만들어지는 나프타는 액체 형태로 스팀 크래커로 이동하는 시스템이다. 스팀 크래커는 나프타를 전기로 고온의 열을 가해 분해해서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스팀 크래커에서 생산된 에틸렌은 샤힌 프로젝트 단지 내 폴리머 생산시설로 옮겨져, 이후 고부가가치의 폴리에틸렌으로 가공해 수출이 진행된다는 것.
결국 여기서 생산된 에틸렌, 폴리에틸렌은 전통 석유화학 기업들과 비교할 경우 운송, 통관, 원가 비용 등을 절감할 수밖에 없기에 곧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는 뜻이다.
배진희 기자 news@presszon.kr
